2025-04-28
대한변호사협회는 최근 “일부 로펌이 조직 외형을 과도하게 부풀려 소비자를 현혹하고 있다”며 ‘네트워크 로펌’ 구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특히 “지방 분사무소에서 소수의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하면서 서울 본사의 대형 조직이 직접 처리하는 것처럼 광고한다”는 점을 지적하며 법률 소비자가 허위·과장 정보에 노출되고 있다는 우려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지적은 정확히 말하면 ‘네트워크 로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위와 같은 기만적 광고의 실체는 대부분 ‘별산제 구조’에서 비롯된다. ‘별산제 로펌’은 외형상 하나의 법무법인을 표방하지만 실제 운영방식은 전혀 통합되어 있지 않다. 구성원 각자가 독립적으로 사건과 그에 따른 수익을 관리하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는 개인 사무소와 비슷한 운영 방식인 것이다. 이러한 로펌들의 경우 광고에서는 법무법인의 공동성과 조직적 대응을 강조하지만 실제 살펴보면 변호사 혼자 사건을 처리하는 경우가 많다.
즉 변협이 우려한 광고 사례는 네트워크 로펌이 아닌 별산제 로펌에서 흔히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라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해당 사건을 처리하는 주체가 누구인지, 조직 전체가 공동 책임을 지는지, 또 전산·자료·인력이 조직 내에서 공유되고 있는지 조차 불투명하다. 법률 소비자들은 조직의 외관만 보고 신뢰를 형성하지만 실제로는 변호사 개인의 단편적인 일처리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별산제의 구조적 문제는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학교폭력 재판에 수 차례 불출석해 소송 자체가 취하된 A 변호사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건 발생 직후, 변호사가 소속돼 있던 로펌의 분사무소는 ‘해당 변호사는 주사무소에서 탈퇴했으며, 우리 분사무소와 관계없다’는 입장을 내며 선을 그었다. 이는 개별 변호사에게만 업무를 전적으로 맡기고 독립적으로 수행하게하는 별산제의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사건이며 그 피해는 일반 국민에게 돌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협은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는 듯하다. 변협은 오랫동안 지적된 별산제의 문제는 묵인한 채 법령상 정의조차 없는 ‘네트워크 로펌’이라는 불분명한 용어를 만들어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 실질적으로 전산·인력·수익 체계를 통합하여 ‘하나의 로펌’으로 운영되는 원펌(One Firm) 구조를 가진 곳에 ‘네트워크’라는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는 한편 진짜 실질과 외관이 불일치하는 별산제 구조에 대해서는 문제 삼지 않는 것이다. 이는 국민의 권리 보호와 소비자 정보의 투명성 확보라는 변협 본연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진짜 문제는 ‘구조’다. 광고에 드러나는 조직 체계와 실제 운영 체계가 일치하지 않는 사례야 말로 소비자를 오도하는 직접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법률서비스 시장은 간판이나 명칭이 아니라 책임구조와 실질 운영 체계로 평가받아야 한다. 동일한 브랜드를 공유하더라도 전산·자료·인력을 함께 사용하고 공동 책임 체계를 갖춘 로펌은 더 높은 수준의 통합 서비스를 제공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다.
이제는 본질을 바로잡아야 한다. ‘네트워크 로펌’이라는 비본질적 프레임을 걷어내고, 별산제 로펌부터 제도적으로 정비해야 한다. 소비자는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 로펌이 하나의 조직처럼 광고한다면 그 운영 또한 하나의 조직이어야 한다. 이를 명확히 하지 않는 한, 법률서비스 시장의 신뢰는 더 이상 회복될 수 없다.
[기사전문보기]
[기고] ‘구조적 기만’ 별산제 로펌, 제도적 정비해야 (바로가기)
방문상담예약접수
법률고민이 있다면 가까운 사무소에서 기업전문변호사와 상담해보세요